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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스토리] 아직, 바뀐 게 없다 - 박정현 기자
2023-11-21

YTN 보도국 사회부 박정현 기자



[수상기] 아직, 바뀐 게 없다


'LH 아파트 외벽 철근 누락' 연속 단독 보도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BJC한국방송기자클럽 3분기 기획보도 부문 기자상

: 보도국 사회부 박정현, 우철희, 박재현 기자 수상


[단독] LH 검단, 일부 아파트 외벽 철근 누락..."붕괴 위험에 보강 공사" (방송화면 캡쳐)


“저희 아파트 단지에서도 철근이 누락된 것 같아요.”


제보를 받은 건, LH 아파트의 철근 누락 소동이 이미 지난 여름, 전국을 뜨겁게 달군 뒤인 지난 9월 중순쯤이었다. 전수조사를 통해 문제의 아파트 목록은 모두 공개됐다. LH는 쇄신을 다짐하며, 임원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논란이 잦아들고, 새로울 건 없었던 것처럼 느껴졌던 상황. 하지만 파고들수록, 문제는 심상치 않았다. 철근 누락 전수조사 대상 아파트였지만 목록에선 빠져 있었던 거다. 게다가 LH는 입주예정자들에게는 일체 사실을 숨긴 채 현장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 [단독] 이번엔 '외벽 철근 누락'...LH 해명도 '의문투성이' (방송화면 캡쳐)


철근이 빠지게 된 시작점을 찾는 것부터 취재는 시작됐다. 애초에 설계가 잘못됐던 것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서, 철근이 무려 70% 가까이 빠뜨렸다는 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업체를 직접 찾아가고, 업계를 수소문한 결과 지난 4월 지하 주차장이 무너진 인천 검단 아파트에서 불법 하도급으로 설계 파트를 수주했던 바로 그 업체였다. 그리고 그 위에는 소위 ‘LH 전관’이라고 불리는 회사가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가장 분노했던 건, 이후 LH를 비롯한 관련 업체들의 해명이었다. 현장에서 부실시공이 드러나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며, 보강 공사까지 마쳤으니 문제가 없고 입주자들에게 알릴 필요도 없다는 것이었다. LH가 철근 누락 사실을 인지하고도 정부는 물론 공사 내부 보고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 [단독] 이번엔 '외벽 철근 누락'...LH 해명도 '의문투성이' (방송화면 캡쳐)


보도 뒤 파장은 적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즉각 LH의 모든 현장에 대해 설계 오류 여부 등을 일제 점검할 것을 지시했고, 신뢰도 확보를 위해 LH 자체 점검이 아닌 국토안전관리원이 직접 점검을 실시할 것도 주문했다. LH 역시, 골조 공사 중에 실시하는 정기 안전 점검 횟수를 더 확대하고, 입주민과 소통도 늘리겠다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보도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실제로 무엇이 바꼈는지는 아직 체감이 되지 않는다. 밝혀지지 않은 철근 누락 아파트는 적지 않을 것이란 의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증타’ 방식의 보강공사도 바뀌지 않았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그 아파트에 들어가 살아야 할 입주자들의 불안도 그대로 남아 있다.


▲ [단독] '외벽 철근 누락' 윗선 보고 안 해..."보고 필요 못 느껴" 은폐 의혹 (방송화면 캡쳐)


취재하는 보름 남짓의 기간, 사실 많이 버거웠다. 전문가도 아닌 제가 거대 공기업을 상대로, 업계 사람들을 하나하나 맞닥뜨리며, 두려웠던 순간도 많았다. 5편의 보도가 나가면서, 입주자들로부터 참 많은 응원을 받았다. 그들의 지지와 격려가 계속 취재를 할 수 있는 힘이 됐다. 잊지 않고, 앞으로도 관심 갖고 이번 사안을 지켜보며 취재를 이어갈 것이다.